마크코리아 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미국변호사 정환오
안녕하십니까~ 정환오 미국변호사입니다.
미국에서 상표를 “등록”해 두는 것과, 침해 상황에서 실제로 상표권을 행사(권리보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등록은 권리의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분쟁에서는 목적에 따라 여러 트랙을 선택·병행하는 전략이 실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블로그에서는 국내 독자분들의 관점에서 “미국의 상표권 행사”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고, 최근 제도·판례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국 상표권 행사의 기본 전장: 4개의 트랙
미국에서 상표권 행사는 크게 네 가지 채널로 나뉩니다.
첫째, 연방/주 법원 소송입니다. 보편적으로 상표 위반에 대한 핵심적 권리구제 수단으로 법원 소송을 전제하고, 실제로 금지명령과 손해배상 등 “실효성 있는 구제”는 법원을 통한 상표권 행사가 그 중심이 됩니다.
둘째, USPTO 산하의 TTAB(이의신청·취소심판)입니다. TTAB는 상대방의 “등록” 자체를 막거나(이의) 무너뜨리는(취소) 절차로 매우 유용하지만, 법원처럼 직접적으로 “판매/사용 중지” 명령이나 손해배상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TTAB는 “등록을 저지하려는 공격”에 강점이 있고, 만약 상표권자가 시장에서의 즉각적 중지·배상까지 원한다면 법원 소송과 목적을 분리해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셋째, 국경에서의 조치(세관·수입금지)입니다. 침해·위조품이 해외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유입되는 구조라면, 시장에서 하나씩 대응하기보다 국경에서 차단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큽니다.
넷째, 온라인/도메인 분쟁입니다. 대표적으로 UDRP 같은 신속한 도메인 분쟁해결 절차는 “도메인을 회수하는 목적”에 매우 효율적인 반면, 손해배상이나 광범위한 금지명령까지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건 목표에 따라 법원 트랙과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2. 법원에서의 상표권 행사: 침해(infringement)와 희석(dilution)
(1) 침해(infringement): 핵심은 “혼동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
전형적인 침해 사건에서 원고(상표권자)는 (i) 보호 가능한 상표권의 존재, (ii) 피고의 상거래상 사용, (iii) 그 사용이 혼동가능성을 야기해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을 중심으로 주장·입증합니다.
미국에서는 혼동가능성을 Multi-factor 테스트로 판단하는데, 관할(연방순회)에 따라 요소 구성과 강조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컨대 제2순회연방법원은 이른바 Polaroid 요인을 대표적으로 사용해 상표의 저명성, 유사성, 상품·서비스의 근접성, 실제 혼동, 피고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은 “각 요소를 기계적으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맥락에서 설득력 있는 요소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혼동가능성 프레임은 동일하더라도 사건 구조에 따라 ‘이길 수 있는 포인트’를 정확히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희석(dilution): “유명상표(famous)”가 전제
희석은 혼동이 아니라, 유명상표의 식별력 약화(blur) 또는 명성 훼손(tarnish) 위험을 문제 삼고자 할 때 주장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 법원은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표의 저명성”과 “피고 사용이 해당 상표를 약화/훼손을 야기할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희석 주장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단순한 등록상표가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의 유명성”을 어떻게 증거로 쌓을지(매출, 광고비, 시장점유, 언론노출, 검색량 등)까지 전략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3. 금지명령(가처분/영구금지): 미국 상표권 행사의 가장 실무적인 무기
미국 상표 사건에서는 금지명령(injunctive relief)이 가장 전형적이고 강력한 구제로 꼽힙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시장 혼란을 빠르게 정리하려면, 법원 트랙에서도 “최종 판결”보다 “초기 금지명령 확보”가 실질적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금지명령은 보통 (i) TRO(임시제한명령), (ii) preliminary injunction(가처분), (iii) permanent injunction(영구금지)로 나뉩니다.
TRO는 가장 긴급한 상황에서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 상대방 의견 없이(ex parte)도 진행될 수 있고, 통상 매우 단기간(예: 14일) 효력을 갖는 성격을 가집니다.
또한 금지명령 판단은 원칙적으로 (1) 회복불가능한 손해, (2) 금전배상으로 불충분, (3) 형평의 균형, (4) 공익이라는 고전적 4요소를 기초로 합니다.
여기에 최근 상표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해졌습니다. 2020년 제정된 Trademark Modernization Act(TMA)는 Lanham Act의 금지명령 관련 조항을 정비하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회복불가능한 손해에 대한 ‘추정(rebuttable presumption)’이 인정되도록 명문화했습니다.
즉,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신속히 움직여 금지명령을 노리는 전략이 여전히 강력하고, 반대로 피고 입장에서는 “지연이 없었다”거나 “실제 회복불가능한 손해가 없다”는 사정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그 추정을 번복시키는 방어가 중요해졌습니다.
4. 손해배상·이익환수
금전적 구제로 원고 손해, 피고 이익환수(disgorgement), 정정광고(corrective advertising), (사안에 따라) 법정손해 등을 언급하고, 특정 상황에서는 중액 혹은 가중(enhancement/trebling) 손해배상(2배·3배) 가능성까지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비용은 원칙적으로 제한적이나 “예외적 사건(exceptional case)”에서 인정될 수 있고, 위조(counterfeiting) 사건은 피고에 대한 제재가 더 강해진다는 점도 실무상 중요합니다.
최근 미국에서의 상표권 행사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판례가 2020년 연방대법원 Romag v. Fossil입니다. 이 판결은 이익환수에서 피고의 고의(willfulness)가 “절대적 전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willfulness는 여전히 법원의 재량적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어, 실제 사건에서는 “고의의 정도”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 핵심 쟁점이 됩니다.
5. 피고의 주요 방어: 형평(equity) 항변이 실무를 지배한다
상표권 침해에 대한 피고의 주요적 방어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첫째, laches(권리행사 지연)와 acquiescence(동의 후 지연)처럼 “원고의 지연 + 피고의 불이익(prejudice)”을 요건으로 하는 형평 항변입니다.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침해 인지 후 대응 타임라인과 내부 의사결정 기록이 나중에 증거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둘째, unclean hands입니다. 원고가 해당 상표와 관련해 중대한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문제되며, 단순한 비호감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egregious’한 사정이 요구된다는 점이 실무 포인트로 정리됩니다.
셋째, fair use입니다. 설명적 사용(상표로서가 아니라 단순 설명 목적)과 nominative fair use(타인의 상표로 타인의 상품을 지칭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특히 nominative fair use는 순회법원별로 구조(항변인지, 원고의 입증 부담인지)가 달라질 수 있어 관할 전략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 vs 상표권” 충돌이 다시 정교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연방대법원 Jack Daniel’s v. VIP Products는 상대방 상표를 자기 상품의 출처표시로 사용하는 경우, 단순히 표현물 논리로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고 전통적 혼동가능성 분석이 전면에 놓일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흐름은 패러디·굿즈·콘텐츠 비즈니스가 커진 지금, 브랜드 소유자와 콘텐츠 사업자 모두에게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6. 국경조치
위조품·침해품이 해외에서 대량 유입되는 경우, 미국 시장에서 판매자·셀러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CBP(미국 세관)를 통한 국경조치가 매우 실무적입니다. 상표권자의 권리보호 수단으로 세관을 통한 단속·차단 트랙을 언급하며, 실무적으로는 연방 등록상표를 전제로 CBP에 recordation을 해두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CBP는 위조·침해 의심 물품에 대해 배제(exclusion)·압류(seizure) 등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 상황에 따라 ITC 절차와도 연결됩니다.
또한 “수입 자체를 강하게 막아야 하는” 구조라면 ITC Section 337이 대안이 됩니다. ITC는 수입금지(배제명령) 등 강력한 구제를 제공할 수 있고, ITC 결정은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에 항소하여 다투게 됩니다.
7. 온라인·도메인: UDRP는 빠르지만, 목표가 맞아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상표권 행사는 도메인·플랫폼·법원 등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그중 UDRP는 악의적 도메인 등록/사용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절차이며, 도메인을 이전(transfer)받는 목적에 특히 적합합니다.
다만 손해배상이나 광범위한 금지명령까지 원하는 사건은 결국 법원 트랙을 검토해야 하므로, “내가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도메인 회수인가, 판매중지인가, 배상까지인가)”를 먼저 정해 채널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 한국 기업 관점 실무 포인트: “등록-증거-속도-채널” 4박자
미국에서의 상표권 행사는 결국 전략 싸움입니다. 미국에서 상표권 행사를 함에 있어서 소송으로 가는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먼저 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기업/브랜드 관점에서 다음 네 가지를 사전에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연방등록(가능하면 Principal Register)과 사용증거(maintenance) 체계입니다. TMA 이후 USPTO는 불사용 등록을 정리하는 expungement/reexamination 제도를 도입·운용하고 있으며, 제3자가 이를 통해 등록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등록은 해두었지만 실제 사용·증거가 빈약한 상표”는 이전보다 취약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속도입니다. 침해 인지 후 내부 승인·증거 수집·대응이 지연되면, 금지명령 단계에서 ‘회복불가능한 손해(irreparable harm)’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신속한 국경조치의 활용입니다. 침해가 “수입”에서 시작되는 구조라면 CBP recordation 및 필요 시 ITC 트랙을 염두에 두는 것이, 시장에서의 소모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넷째, 온라인 분쟁은 구체적인 목표를 기반으로 대응 방안을 고르는 것입니다. 도메인 회수 목적이면 UDRP가 효율적이고, 판매중지·배상까지 원하면 법원(또는 병행)을 설계해야 합니다.
맺음말
미국에서의 상표권 행사는 법원 소송이 중심이되, 실무에서는 금지명령(특히 초기), TTAB(등록 공격/방어), 국경조치, 도메인·온라인 절차를 목적에 맞게 조합하는 설계가 핵심입니다.
또한 TMA(금지명령 단계에서의 손해 추정, 불사용 등록 정리)와 Romag/Jack Daniel’s 같은 대법원 판례 흐름을 함께 보면, 미국은 “브랜드 보호를 실효적으로 만들되, 그 전제(출처표시로서의 사용·증거·선의/고의의 평가)를 더 정교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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