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코리아 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미국변호사 정환오
안녕하십니까~ 정환오 미국변호사 입니다.
25년도를 마무리 하며 올 한 해 미국 특허소송 관련 판결 중에 의미가 있는 것들만 모아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시간으로, Alnylam Pharmaceuticals, Inc. v. Moderna, Inc. 사건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lnylam Pharmaceuticals, Inc. v. Moderna, Inc. 사건은 코로나19 mRNA 백신 기술을 둘러싼 수많은 소송 가운데 하나이지만, 단순히 “누가 이겼느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바로 특허 명세서 속 한 단어, 그리고 그 단어를 설명하는 문장이 “발명자가 명세서 안에서 새로 정의를 내린 것인가(lexicography)”라는 문제였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이 문장을 사실상 해당 문구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보았고, 그 결과 Moderna의 SPIKEVAX® 백신은 Alnylam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 인지 이번 블로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mRNA 백신 LNP와 “branched alkyl”
Alnylam은 RNA 간섭(RNAi) 분야로 잘 알려진 바이오 기업으로, 지질나노입자(LNP)를 이용해 핵산을 체내로 전달하는 기술에 관한 여러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미국 특허 제11,246,933호와 제11,382,979호로, 둘 다 “생분해성 양이온성 지질(cationic lipid)”에 관한 계열 특허입니다.
Alnylam은 Moderna의 코로나19 백신 SPIKEVAX®에 사용되는 SM-102라는 양이온성 지질이 위 특허의 청구항에 기재된 구조, 특히 소수성 꼬리 부분의 “branched alkyl” 기를 포함한다고 주장하며 2022년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본 소송의 쟁점은 대부분의 특허소송과 마찬가지로 청구항 내의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가로 좁혀졌는데요. 양측은 “branched alkyl(분지 알킬)”이라는 청구항 용어의 의미만 정해지면 침해 여부가 자동으로 결론 나는 구조로 소송 전략을 잡았고, 1심 법원은 claim construction에서 이 용어를 비교적 좁게 해석했습니다. 그 결과 그 해석을 적용하여 Moderna 제품은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해, Alnylam은 claim construction 자체를 불복하면서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게 되었습니다.

2. 쟁점 – 발명자가 스스로 “branched alkyl”을 새로 정의했는가
통상 화학에서 “branched alkyl”이라고 하면, 직선형 사슬이 아니라 가지가 하나 이상 뻗어 있는 알킬기를 포괄적으로 의미합니다. 즉, α탄소가 2개 탄소와 결합한 2차 탄소든, 3개 이상과 결합한 3차·4차 탄소든 모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특허 명세서에는 정의(Definitions) 섹션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달리 특정하지 않는 한(unless otherwise specified), ‘branched alkyl’은 … 하나의 탄소 원자가 적어도 세 개 이상의 다른 탄소와 결합된 알킬기를 가리킨다(refer to).”
여기에서 Moderna는 “발명자가 ‘branched alkyl’이라는 용어를, α탄소가 최소 3개 이상의 탄소와 결합한 3차 또는 4차 탄소 구조로 한정해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Alnylam은 이 문장은 단지 예시적 표현에 불과하고, “달리 특정”된 다른 부분들을 보면 여전히 통상의 넓은 의미가 유지된다고 항변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해당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쟁점은 이 질문 하나로 정리됩니다:
“위 문장이 명확한 lexicography(발명자의 자의적 정의)인지, 아니면 단순한 설명(statement)인지?”
3. 1심과 CAFC의 판단 – “refer to”와 “unless otherwise specified”의 무게
델라웨어 연방법원은 위 문장을 발명자의 명확한 정의 규정으로 보았습니다. 그 이유로 법원은 정의 섹션에서 사용된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용어는 “include”, “such as” 등 비한정적 표현과 함께 기술되어 있는 반면, “branched alkyl”은 “refer to”라는 동사와 함께, 특정 구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 역시 이 분석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Taranto 판사가 작성한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합니다.
첫째, “refer to”라는 표현은 통상 그 문장이 정의(definition)를 제공한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는 신호라는 점입니다. 같은 정의 섹션에서 다른 용어들에 대해 “include”나 “can be”와 같은 유연한 표현을 사용한 것과 대조됩니다.
둘째, “unless otherwise specified”라는 문구는 일반 규칙을 선언하면서, 특정한 예외가 있는 경우에만 달리 보겠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문장을 “기본값(default rule)”으로 보았고, 따라서 특허 전반에서 분명하게 다른 의미를 부여한 부분이 없는 한, 이 기본 정의가 청구항 해석을 지배한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Alnylam은 다른 도면이나 실시예에서 보다 넓은 의미의 분지 구조가 사용되었다며 “우리는 그런 의도로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일단 명확한 lexicography의 높은 문턱을 넘어서 정의가 성립되면, 굳이 그 정의를 벗어나야 할 뚜렷하고 일관된 근거가 없는 이상, 그 정의가 claim term을 통제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결론적으로, CAFC는 1심과 마찬가지로 “branched alkyl”을 3차 또는 4차 탄소를 포함하는 상대적으로 좁은 구조로 해석했고, SM-102의 구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비침해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4. 후속 경과
이 판결 이후에도 Alnylam과 Moderna 사이의 특허분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2025년 9월 양사가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 종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동 통지하면서, 구체적 조건은 비공개인 채로 사건이 종결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19 백신 LNP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분쟁 구도에서 Moderna는 이번 사건을 통해 중요한 방어 승리를 거두었고, Alnylam은 다른 피고(Pfizer/BioNTech 등)와의 소송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5. 실무적 의미 – “정의는 곧 족쇄”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특허 명세서에서 용어를 정의할 때 한 문장, 심지어 “refer to”와 “unless otherwise specified” 같은 몇 단어가 수조 원대 백신 시장이 걸린 소송의 승패를 갈라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특허에서 lexicography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발명자가 스스로 용어를 새로 정의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일반적 의미와는 다른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는 의사가 명확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드러나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CAFC는 정의 섹션의 위치, “refer to”라는 표현, “unless otherwise specified”라는 문구, 그리고 다른 용어들과의 대비를 종합해 그 문턱을 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lexicography가 성립했다”고 인정되면, 나중에 “사실은 그렇게까지 좁게 정의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Alnylam은 도면과 실시예, 파일 포대를 동원해 보다 넓은 의미를 주장했지만, CAFC는 “정의가 명확한 이상, 굳이 그것을 깨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보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No takebacks(말 바꾸기는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엄격한 태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이나 대학이 미국에 출원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달리 특정하지 않는 한(unless otherwise specified)”이라는 문구도 재점검이 필요합니다. 종종 이 문구를 “나중에 상황 봐서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안전장치”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그 정의가 청구항을 지배하고, 진짜 예외를 만들고 싶다면 명세서 곳곳에서 아주 분명하게 “otherwise specified”를 써 줘야 합니다. 그조차도 법원이 받아줄지는 미지수입니다.
6. 한국 출원·라이선스 전략에 대한 시사점
첫째, 미국 출원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정의 섹션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필수입니다. 발명자와 대리인, 기술이전 담당자 사이에서 “이 용어를 정말 일반적인 의미와 다르게 써야 하는가”, “만약 정의를 두면 향후 라이선스 협상이나 소송에서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가”를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기존에 이미 등록된 미국 특허를 바탕으로 라이선스나 소송을 준비할 때는, 명세서의 정의 섹션과 그 주변 문구를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refer to”, “is”, “consists of”처럼 강한 정의의 뉘앙스를 주는 표현과, “unless otherwise specified”와 같이 규칙과 예외를 나누는 표현은, 실제 소송에서 상대방이 lexicography 주장의 근거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반대로 피소된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명세서 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청구항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의 섹션뿐만 아니라, 출원·심사 과정에서의 인터뷰, 의견서, RCE 이후 보정 등과 결합하면, 상당히 강력한 비침해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mRNA 백신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서도,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것은 첨단 과학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특허 명세서 한 문장의 문언과 그 해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미국 특허를 출원·보유·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번 Alnylam v. Moderna 판결이 보여준 lexicography의 위력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mRNA·LNP 분야에서 한국 특허권자의 미국 출원 전략, 라이선스 계약서의 claim chart 작성, 또는 미국 소송에서의 claim construction 대응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시면, 개별 사건과 포트폴리오의 특성을 반영해 별도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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