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코리아 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미국변호사 정환오
안녕하십니까~ 정환오 미국변호사 입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최근 자가팽창 타이어(Self-Inflating Tire) 기술을 둘러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하급심 배심원 평결을 뒤집고 원고 Coda Development가 주장한 영업비밀 대부분이 법적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요. 이번 판결은 기술 협력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어떠한 수준의 구체성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영업비밀 주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되어 이 블로그에서 다뤄보려 합니다.

사건의 배경
Coda는 2009년 NDA를 체결한 뒤 Goodyear에게 자사의 자가팽창 타이어 기술을 공유하였고, 그 이후 Goodyear가 관련 기술을 포함한 특허를 연달아 출원하자, Coda는 자신이 제공한 기술이 무단으로 활용되었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행위, 발명자 정정 청구 등을 포함한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항소심에서는 원고의 주장이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다고 판단하여 하급심의 조기 기각이 파기되었고, 2022년에는 6천만 달러($60M)가 넘는 거액의 배심원 평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2025년 12월 Federal Circuit은 해당 평결을 뒤집으며, Coda가 주장한 정보 대부분이 영업비밀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영업비밀이 보호되는 방식: 연방법과 주법의 이중 구조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영업비밀 보호 체계 자체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많은 한국 독자들이 “미국의 영업비밀은 DTSA라는 연방법으로 보호되는 것”이라고만 알고 계시지만, 실제로 영업비밀 제도는 미국에서 연방법과 주법이 동시에 작동하는 매우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법인 DTSA(Defend Trade Secrets Act)는 2016년에 제정된 비교적 새로운 법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행위를 연방법원에서 직접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특히 주 간 상거래와 관련된 기술, 해외 거래가 수반되는 기술은 대부분 DTSA 관할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술 기반 기업들은 대부분 DTSA를 함께 적용하여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영업비밀 보호는 DTSA만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각 주가 채택한 UTSA(Uniform Trade Secrets Act) 기반의 주법에 의해서도 동시에 보호되기 때문에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하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원고는 연방법(DTSA)과 주법(UTSA 기반)의 두 가지 법률 위반을 병행하여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번 Coda 사건 역시 이러한 이중 구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미국에서 특허는 연방법으로만 보호되는 것과 달리, 영업비밀은 연방법과 주법 모두에서 보호된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기술 협상을 진행할 때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할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허 분쟁에서는 연방법만 보면 되지만, 영업비밀 분쟁에서는 연방법의 기준과 주법의 기준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고, 이러한 이중 기준이 실무에서 사건의 전략과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미국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영업비밀은 말 그대로 해당 정보가 비공개 상태이어야 (비밀성) 2.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하고, 그 정보는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정보가 아니어야 합니다. (경제적 효용성) 3. 정보 제공자는 비밀 유지 조치를 합리적으로 취하고 있어야 합니다 (합리적인 비밀유지 노력). 다만 이러한 세 가지 요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미국 법원은 정보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판시하여 왔습니다. 단순한 개념적 설명이나 구성요소의 나열은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고, 실제 구현 방식이나 설계 지침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비로소 법적 보호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 인데요. 이번 사건에서도 바로 이러한 “구체성의 부족”이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이 본 Coda의 주장: 무엇이 부족했는가
Federal Circuit은 Coda가 주장한 다섯 가지 영업비밀 중 대부분이 단순한 개념적 요소에 그친 채, 실제 설계나 구현 방식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펌프 튜브의 배치, 홈의 설계, 순환식 및 비순환식 시스템의 방향성 등은 기술적 개념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떤 구조로 구현되는지, 구체적 설계 단계에서 어떤 선택이 이루어졌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영업비밀의 특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펌프 구조의 일부 배치 방식은 Coda 자신이 과거 특허출원과 논문을 통해 이미 공개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비밀성 요건 자체를 충족할 수 없었습니다. 시험 데이터 역시 Goodyear가 이를 실제로 사용했다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여 영업비밀 침해 주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판결의 실무적 시사점
이번 사건은 영업비밀 보호에서 “구체성”과 “비밀성”이라는 기본 원칙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NDA만 체결했다고 해서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영업비밀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며, 어떤 정보가 보호 대상인지 명확히 문서화하고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협력하거나 기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는, 특허와 달리 영업비밀이 연방법과 주법의 이중 구조 속에서 보호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한 영업비밀이더라도 주법에서는 특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수 있고, 연방법에서는 또 다른 기준으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 협력과 개발이 점점 활발해지는 지금, 한국 기업들은 영업비밀을 주장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정리해야 하는지, 비밀 유지 조치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미국의 이중 법체계 안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점검할 하시고, 특히 해당 기술이나 정보를 특허와 영업비밀 중 어떤 방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잘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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